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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한달서평8기(20.08.01~08.30)

DAY08_[코로나사피엔스]_포스트코로나(4)_새로운 체제

by :)kmhbgvdxa 2020. 8. 8.


포스트 코로나[4]_새로운 체제_홍기빈

"지구 자본주의 떠받들던 4개의 기둥 모두 무너져" 만들어진 미래 아닌, 만들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의 4개 기둥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 즉, 생태위기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쳐온 4개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문명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뀐다.

옛날 같은 지구, 옛날 같은 가치사슬은 없다. 금융이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 또한 달라진다. 어떤 역사에도 없는 새로운 길을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꿈꾸던 대안적 질서와 체제를 제대로 구현할 기회인지도 모른다.

홍기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 지구 정치 경제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칼 폴라니, 소스타인 베블런 등에 근거한 대안적 정치경제학 마련과 신자유주의적 지구 정치 경제 체제의 변화 과정 포착을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

헝가리 출신의 경제사상가. 세계 금융 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폴라니의 문제 의식이 각광받으며 경제민주주의 운동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흑사병에 비견, 코로나 이후 문명 전체가 바뀐다.

유례 없는 위기 상황현 시장경제체제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함께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칼 폴라니는 전통적인 경제 사조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근본주의적인 경제학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안 경제사상을 제시했던 사람이다. 국가와 시장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다원적 경제 질서를 원했다. 핵심은 사람과 화폐, 자연을 상품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사회를 복원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대안적 경제 질서를 만들려 했던 인물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서 더 많이 타격을 받고 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학자나 지식인들은 14세기 유럽의 흑사병과 비교를 많이 한다. 사상자 숫자는 물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워낙 유럽 사람들이 이번에 충격과 비극을 느끼면서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복적으로 뒤바꿀 사건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보는 것이다.

14세기 유럽 흑사병 이후 15세기에 들어서 이탈리아 북부에 공화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체제가 나타났다. 또한 복식부기나 자본주의적인 회계 방식이라는 새로운 경제조직도 등장했다. 미술, 문학, 종교에서도 아주 근본적인 변화가 벌어졌다. 

지난 40년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구조들이 다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문명 떠받치던 4개의 구조. 지고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위기

산업의 지구화. 전 세계적 사람들이 왕래한 지는 오래 됐다. 그러나 생산의 산업 과정, 이른바 가치사슬이라고 하는 산업과정이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지는 4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얼마전 미국 사람들이 휴지가 없어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고통을 당한 것이다. 사람들이 화장지 회사에 언제 생산이 되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재료가 들어와야 하는데 그걸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구화라 하는 것은 지난 40년 동안 벌어졌다.

생활의 도시화. 지구적으로 거대 도시 몇 개가 나타나고 이 거대 도시들끼리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는다. 홍콩은 뉴욕과 더 가깝지 중국 농촌과 더 가깝지는 않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도시와 관계를 맺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가치의 금융화. 산업활동과 사회를 조직하는 기본 원리가 만사 만물을 다 금융자산으로 바꾸고, 그 금융자산의 가격을 계산해서 조정한다. 그 가격을 산정하는 기능을 금융시장, 자본시장에 맡기는 게 바로 현대 자본주의의 조직 원리다. 경제의 중심에 금융이 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면 그 회사는 사람을 더 고용할 수가 있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을 해고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화, 금융화, 지구화가 모두 맞물려 있다.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는 어떻게 코로나19 사태를 부추겼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어느날 환자가 생겼다. 다음 해 4월 이탈리아가 쑥대밭이 되었다. 옛날 같았으면 우한 근처에서 돌다가 끝났을 것이다. 도시화 때문에 집단 발병, 급속 확산이 발생했다. 싱가포르에선 다시 감염이 시작됐다. 거대 도시가 생기면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수익성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지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금융화는 모든 사회적 자원을 돈의 논리로 자산가격화 한다. 국가정책, 교육, 의료와 같은 공공 부문도 돈의 논리, 금융 논리에 따라 재조직된다. 그러다 보면 의료체계와 복지체계가 취약해진다. 그러면서 약자들의 희생이 커지고 지금의 상황이다. 금융 시작의 투자가들은 과거 데이터와 모든 수리 모델을 활용해 미래에 벌어질 일이 어떤 종류의 건인지 미래를 예측한다. 그런데 지금 벌어진 이 사태는 비슷한 역사적 데이터가 없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를 작동시켰던 금융화라는 것을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지금 기능이 거의 정지돼버린 것이다.

환경의 시장화, 생태위기.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 결과는 지구 온난화, 기후 이변, 그다음 질병이다.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이 세가지는 모두 생태적 환경에 대한 무한적 착취를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생태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되찾자. 일상으로 되돌아가자. 그런데 과학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이 사태가 가라앉으려면 1년에서 3년 정도 걸릴 거라 말한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거나 아니면 인류의 60퍼센트가 걸려야 한다고, 그리고 그 이전 세계는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위한 3가지 원칙

사회적 방역시스템. 더 이상 건강이나 보건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해서 배려하고 아끼는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는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우울증이나 실업 때문에 무너지기도 한다.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적 방역이다.

경제활동 조직을 시장경제에만 맡겨야 한다는 도그마에서 풀려나야 한다. 미국 일부학계에서 지금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전체 경제시스템의 3퍼센트, 우리나라로 따지면 약 30조 원 정도를 써서 일자리를 원하는 실업자들을 국가가 고용하는 것이다. 물론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 플랫폼 협동조합 등 여러 경제 형태들과 협력해야 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한 문명은 현대문명밖에 없다. 소비가 미덕인건 현대밖에 없었다. 1년에 한 번씩 꼭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명도 이 문명밖에 없다. 심한 표현으로 "현대 경제, 자본주의 경제는 곧 쓰레기가 될 물건을 계속 생산해온 경제"라고 한다. 에너지 위기도 있고 기후 위기도 있었다. 이를 대체에너지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더라도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계속 더 쓸 것이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무한 욕망 추구라는 기존 철학과 방향, 지구화, 도시화 등 별 문제의식 없이 해오던 것을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매년 한 번씩 해외로 여행을 가서 공기를 더럽히고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피사의 사탑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할까? 지하수고 암반수고, 심지어 빙하 녹은 물까지 꼭 플라스틱 통에 담아 도시에서 마셔야 하겠는가?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욕구와 능력의 한계와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유한한 인생인데 수십 년을 한없이 먹고 한없이 입다가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께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 그것을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일 지도 모른다.

 

 

지금 경제가 어떤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담론과 운동을 강하게 일으켜야 합니다. 무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 이러한 방향으로 경제를 전환하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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