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말센스
09 좋은 말도 되풀이하면 나쁜 말이 된다
상대가 어떤 실수를 하면
우리는 그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래서 그 실수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지적한다.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면
반감이 생기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실수는 지적해야 한다. 단, 딱 한 번만!
좋은 말도 되풀이해서 들으면 듣기 싫어지는데, 듣기 싫은 말을 되풀이하면 얼마나 듣기 싫을까.
반복은 어떻게 보면 제자리 걸음과도 비슷하다. 흥미롭지도 않은 데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행위가 그 내용을 상대방의 머리에 입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반복이 새로 배운 내용을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건, '그 정보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반복이 기억할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반복의 혜택이 듣는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을 상대방에게 반복해서 얘기하면 오히려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다. 물론 반복적으로 말한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각인되긴 하겠지만,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 반복이 기억에 가져다주는 혜택에도 한계란 게 존재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무언가를 반복해서 보거나 들을 때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대신 요점만 파악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익숙한 교차로를 생각해 보자.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교차로를 여러 번 방문할 경우, 비슷해 보이는 다른 교차로와 구분하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그 교차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면, 그 교차로에 약국이 있었는지, 편의점이 있었는지 헷갈릴 수 있다.
또 반복의 효율성은 반복이 거듭됨에 따라 약화된다. 일종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책을 처음 읽을 떄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흡수하게 된다. 하지만 같은 책을 두 번 째로 읽게 될 때 사람들에게 '난 이걸 알아'라는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그 결과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게 되고 대충 훑어보게 된다.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수두룩함에도, 그 내용을 아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군가가 어떤 내용을 우리에게 반복해서 말하면 듣는 동안 머릿속에서 '나도 알아. 나도 알아. 나도 알아.'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상대의 말을 처음으로 들을 때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두번 세번 듣다 보면 의미가 둔탁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중요한 정보를 반복하는 행위는, 그 정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 정보를 그냥 무시해버리기 쉽게 만든다고 한다.
대화할 때 이 사실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상대에게 말할 때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똑같은 말을 두번만 반복해도 '이미 아는 내용이야'라고 생각하며 집중하지 않게 된다.
반복이 듣기를 중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달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반복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보자
아내: 토요일 오후 4시에 기차역 앞에서 만나요.
남편: ...
남편의 대답이 없으므로 아내는 남편이 자기 예기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에게 내용을 추가하면서 반복한다.
아내: 오후4시까지 도학하지 않으면 기차를 놓칠지도 몰라요.
남편이 아내의 말에 반응하지 않은 것(혹은 못한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기 때문에 반응하지 ㅇ낳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남편이 반응하지 않은 이유(혹은 못한 이유)는 아내의 생각보다 다양하다.
아내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다른일(예를 들어 아이와 놀아주거나 책을 보는 것)을 하느라 대답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내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모했을 수도 있고, 그냥 단순히 다른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못 들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아내의 생각처럼 건성으로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그리고 어쩌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아내의 습관에 이미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가 내말에 대답하지 못한 이유가 단 한 가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가 내 말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들었는지 확인해보는 편이 반복하는 것보다 낫다.
"여보, 내가 한 말 들은 거죠?"
만약 상대가 그 말에 수긍을 하면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할 필요가 ㅇ벗고, 못들었다고 답할 경우에만 다시 얘기해주면 된다.
상대의 무반응에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2초에서 3초 정도 멈추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다. 그리고 상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내가 습관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잘못된 습관을 가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반복은 지루하고 불필요하며 비생산적인 경우가 많다. 반복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반복은 청자가 아닌 하자의 기억을 돕는 효과적인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화를 망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대화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당신 자신의 말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보면, 자신이 똑ㄱ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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