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한달서평9기(20.09.17~10.16)

DAY11_[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_바빌론의 대금업자(2/2)

휘바영감 2020. 9. 27. 23:04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바빌론의 대금업자(2/2)

 


50개의 금화! 바빌론의 창 제조인 로단에게 그 돈은 생전 처음으로 만져보는 거금이었다. 로단은 마냥 행복했다. 너그러운 왕께 감사하며 왕궁을 벗어나 시내로 성큼성큼 걸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리춤에 찬 전대에서는 금화가 짤랑대며 부딪히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렸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날 저녁 로단은 누이동생의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50개의 금화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허리 춤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금화가 그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

며칠 후 저녁, 로단은 대금업자이면서 희귀한 옷감과 보석을 취급하는 마톤의 가게를 찾아갔다. 로단은 울긋불긋한 장식품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가게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마톤 님,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자네가 나같은 대금업자를 찾아왔나? 도박장에서 돈이라도 잃었나? 아니면 자네 마을음 사로잡은 여자라도 생긴 건가? 오랬동안 자네를 지켜보았지만, 오늘처럼 쩔쩔매면서 내게 도움을 청한 경우가 없지 않았나"

"왕께서 주신 선물 때문입니다. 친위대가 사용할 창을 새로 설계했는데 왕께서 무척이나 흡족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게 금화를 무려 50개씩이나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금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어디에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갖 사람이 찾아와 돈을 나눠달라고 졸라댑니다."

"당연하겠지. 인간은 워낙에 그런 동물일세. 누군가 쉽게 돈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사람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네. 하지만 자네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겠지?"

"그래도 웬만한 사람들의 부탁은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동안 나를 정성스레 돌봐준 누이동생의 부탁을 어찌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까? 진짜 피를 함꼐 나눈 누이라면 자네가 땀흘려 노력한 대가를 빼앗아가려 하지 않을걸세."


"누이동생의 남편인 아라만 때문입니다. 남편의 사업 밑천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제게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동생은 남편이 그동안 운이 없어 실패를 거듭햇다면서, 내게 그 돈을 빌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자까지 붙여서 꼭 갚겠다면서요."

"로단! 정말 나를 잘 찾아왔네. 정말 심각하게 따져보아야 할 문제구먼, 이제야 황금이 무엇인지 조금을 알았겠구먼. 황금은 그 주인에게 책임을 요구하네. 이웃과의 관계마저도 바꿔놓네. 혹시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사기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거리까지 자네에게 안겨주네. 때로는 자네의 선의가 오해를 빋으면서 자네를 곤경에 빠지게도 만드네."

 


"누이동생 남편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나요? 내게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네 누이야 나무랄 데가 없는 훌륭한 여자지. 하지만 그 남편이 내게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먼저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묻겠네. 나처럼 보석이나 고급가구를 취급하는 장사꾼이 되겠다고 대답한다면, '보석이나 가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어디에서 가장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지 아는가? 팔 때는 원가에 얼마나 이익을 붙이는 것이 적정 가격이라 생각하는가?' 라고 물을걸세. 만약 이 질문들에 모두 '예!' 라고 대답한다면...."

"아닙니다. 내 매제는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지금까지 내가 창 만드는 것을 가끔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기껏해야 창 만드는 재주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매제에게는 장사가 어울리지 않겠구먼, 장사꾼들은 무엇보다 장사에 대해 알아야만 하네. 꿈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 꿈을 실현시킬 가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내가 왜 돈을 빌려주겠나! 하지만 자네 매제가 '그동안 장사꾼을 도와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페니키아에 쉽게 가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인네들이 짠 융단을 싼값에 구입해서 높은 이익을 붙여 바빌론의 부자들에게 파는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충분한 준비를 했구먼. 꿈도 야무지고. 자네가 합당한 담보물을 맡긴다면 돈을 얼마라도 빌려주겠네'라고 대답할 걸세

그런데 자네 매제가 '맡길 담보물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저를 믿고 돈을 빌려주신다면 목숨이라도 걸고 갚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내 돈은 내게 목숨처럼 소중한 걸세. 자네가 페니키아에가는 동안, 아니 페니키아에서 융단을 사서 돌아오는 동안 강도라도 만난다면 자네가 무슨 수로 내 돈을 갚을 수 있겠나? 내 돈마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나!' 라고 대답해줄걸세.

로단, 돈은 대금업자가 파는 상품이네. 빌려주기는 쉽네. 하지만 신중하게 빌려주지 않으면 돌려받기가 힘드네. 현명한 대금업자는 결코 기분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네.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돈을 빌려주는 법일세.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와줘라! 가난한 사람을 도와줘라! 희망찬 미래를 위해 출발하는 사람을 도와줘라! 훌륭한 시민이 되도록 도와줘라! 그래, 모두가 좋은 말이지. 하지만 짐까지 대신 짊어지면서 도와줘서는 안 되네.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에도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네.

로단, 자네 돈을 지키게! 자네가 땀흘려 번 것은 자네를 위한 것이네. 물론 자네가 스스로 원한다면 다르겠지만, 누구도 자네에게 그 돈을 나눠 갖자고 요구할 권리가 없네.

자네가 그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신중하게 여러 사람에게 빌려주게. 돈을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지만, 돈을 묵혀두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란 사실을 명심하게. 그런데 자네는 몇 년 동안이나 창을 만들었나?"

"꼬박 3년입니다."

"왕의 선물을 제외하고 그동안 얼마나 모았나?"

"금화로 따지면 3개입니다."

"매년 금화 1개씩을 저축한 셈이구먼? 그렇다면 금화 50개는 자네가 50년을 절약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겠지?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게. 자네가 50년 이나 땀흘려 일해서 모은 돈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겠나? 자네 누이가 그렇게 무모한 여자이던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전한다면 내 누이도 생각을 바꿀 겁니다."

"그렇다면 당장 자네 누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게. '나는 지난 3년 동안 휴일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먹고 싶은 것도 먹지 않았고, 입고 싶은 옷도 입지 않으면서 절약하며 살았다. 이렇게 땀흘려 일하고 절약해서 살면서도 나는 1년에 기껏해야 금화 하나밖에 모을 수 없었다. 너는 내게 무엇과도 바쑬 수 없는 소중한 동생이다. 따라서 네 남편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한다면 내가 어찌 도와주지 않겠니? 네 남편이 나와 마톤을 설득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세운다면, 내가 평생 동안 모은 전재산이라도 빌려주겠다. 네 남편이 성골할 기회를 갖도록 성심껏 도와주겠다.' 라고 말하게.

로단, 자네 매제가 진정으로 성공할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설사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자네 돈을 갚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할걸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내 가게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일세. 그 여윳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돈을 벌고 있네. 그런데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모았겠나? 나도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시작했네. 그런 돈을 허튼사람들에게 빌려주서 잃고 싶겠나?

앞으로도 나는 돈을 확실하게 돌려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빌려주지 않을걸세. 안전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사업에는 절대 돈을 투자하지 않을걱세. 이자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을걸세.

로단, 돈을 갚을 확실한 수단도 없으면서 돈부터 빌리려는 인간의 허약함을 깨달았으리라 믿네. 모두가 돈을 벌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지만, 그 이전에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고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그런 꿈은 한낱 백일몽에 불과한 걸세.

 

로단, 돈으로 돈을 벌게. 자네에게는 그럴 만한 돈이 있네. 자네도 나처럼 될 수 있네. 자네 돈을 안전하게 지킨다면 그 돈이 벌어주는 돈만으로 자네는 평생 동안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자네가 그 돈을 허투로 쓴다면, 자네 기억에서 그 돈이 사라질 때까지 자네는 눈물과 회한 속에서 살아야 할걸세. 자, 이제 어떻게 하려나? 자네 전대 속에 든 금화를 어떻게 하려나?"

 

"목숨을 걸고 안전하게 지키겠습니다."

"그것참 잘 생각했네, 첫째도 안전이고 둘때도 안전이네. 그렇다면 자네 매제에게 그 돈을 맡겨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내 매제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씻어버리게. 가족이나 친구를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게. 자네의 돈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도와줄 이유는 없네. 돈을 지키고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들어간 돈은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런 사람에게 자네 돈을 맡기느니, 차라리 자네가 흥청망청 써대는 것이 훨씬 나을걸세. 그럼 다시 묻겠네. 안전하게 지킨 보물을 어떻게 해야겠나?"

"그 돈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맞았네! 이제야 깨달았군. 돈으로 돈을 벌어야 하네. 돈을 굴려야 하네. 우리가 나이를 먹듯이, 신중하게 투자된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마련이네. 자칫하면 자네가 힘겹게 번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감언이설에 속지 말게. 일확천금의 유혹을 경계하게. 

자네 돈을 순식간에 불리겠다는 환상을 머리에서 깨끗이 씻어내게. 그런 환상은 경제 원리를 모르는 몽상가들이 꾸며낸 사기극에 불과하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이네. 자네 돈을 지키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돈을 버는 것이라 생각하게. 상식 이하의 수익을 약속하는 사람의 달콤한 유혹을 경계하게.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과 거래를 맺게. 그들의 지혜와 경험이 자네의 돈을 지켜주면서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줄 테니까.

왕의 선물에서 ㅁ낳은 교훈을 얻길 바라네. 그 돈을 지키려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걸세. 많은 유혹이 있을걸세.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이라며 조언해주는 사람들도 많을걸세. 큰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달콤한 제안도 끊이지 않을걸세. 하지만 내 이야기를 교훈으로 삼게. 자네 전대에서 돈을 꺼낼 때마다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돈을 빌리는 사람이나 돈을 빌려주는 사람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교훈이 있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처음부터 신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