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바빌론의 낙타상인(1/2)
'굶주림이 깊어질수록 정신은 맑아진다!'
'굶주림이 깊어질수록 음식냄새에 민감해진다!'
아주레의 아들, 타르카드는 이렇게 생각했다. 타르카드는 꼬박 이틀은 굶어야 했다. 어떤 집 정원 너머에서 몰래 딴 조그만 무화가 열매 2개가 이틀 동안 먹은 전부였다. 그러나 세 개째를 따려는 순간, 얼굴에 핏발을 잔뜩 세운 여자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죽도록 뛰어서 도망쳐야 했다.
타르카드는 내친김에 시장까지 달렸지만 그 여자의 새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서 맴돌며 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시장 좌판에 널린 탐스런 과일을 몰래 낚아채고 싶은 유혹에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타르카드가 넋을 잃고 식당 안을 훔쳐보는 동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바로 낙타상인인 다바시르였다. 타르카드가 돈을 빌린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다바시르는 이상하게도 그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그의 잘못이었다. 돈을 갚겠다고 몇 번이고 약속 했지만 한 번도 그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르카드구먼. 잘 만났네. 내가 자네를 얼마나 찾아다녔는 줄 모를거야. 한 달 전에 빌려준 동전 두 닢을 언제 갚을 건가? 또 그 전에 빌려준 은화 한 닟은 언제 갚을 건가? 자네를 이렇게 만나게 해주다니 하늘이 도왔구먼. 지금 당장 돈을 갚게. 나도 그 돈을 쓸 데가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오늘은 한푼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아저씨께 갚은 돈이 없습니다."
"그래? 옛 친구의 아들이란 정분 때문에 네가 곤경에 빠졌을 때 도와주었는데 이제와서 갚은 돈이 없다고? 운이 없었다고 말할텐가? 자네 잘못을 신의 탓으로 돌리는 건가? 자네처럼 갚은 생각은 않고 빌릴 생각만 하는 사람은 언제나 운을 탓하지. 나를 따라오게. 나도 배가 고프니 먼저 먹어야겠네. 밥을 먹는 동안 자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네."
타르카드는 다바시르의 노골적인 힐난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식당까지 따라들어오라는 것은 결국 밥을 사주겠다는 뜻이 아닌가? 타르카드는 체면을 불구하고 다바시르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바시르가 주문을 했다.
"디저트로는 두툼한 도마뱀 다리를 준비해주고, 식사로는 염소 종아리살을 주게. 빵과 야채도 준비해주고. 배가 고프니 잔뜩 먹어야겠어. 아참, 이친구는 물 한컵이면 충분할걸세. 날이 더우니 찬물로 갖다주게."
순간, 카르카드는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다바시르가 진수성찬을 먹는 동안 찬물이나 마시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불평할 입장이 아니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바시르가 타르카드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며칠 전 우르파에서 온 여행자에게, 돌은 양피지처럼 아주 앏게 잘라서 창틀에 끼워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는다는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네. 얼마나 얇게 잘랐는지 그 돌판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구먼. 돌판은 노란색이었다네. 그 여행자도 그 돌판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상이 원래 모습대로 보이지 않고 이상하게 보였다네. 타르카드, 자네 생각은 어떤가? 경우에 따라서 세상이 다른 색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닐세. 나도 한때는 세상을 원래의 색과 전혀 다른 색으로 본 적이 있었네. 내 경험을 자네에게 얘기해주려 하네. 내가 어떻게 낙타상인이 되었는지. 말해주겠네."
마침내 다바시르가 염소 종아리에서 떼어낸 살덩이를 꿀꺽 삼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옛날에 시리아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면 믿을 수 있겠나? 나는 안장을 만들어 팔던 아버지에게 어렸을 때부터 장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면서 아름다운 아내까지 맞아들였다. 별다른 기술이 없었던 까닭에 돈벌이가 시원찮았지만 아내와 절약하면서 그런 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커다란 꿈이 있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신용을 쌓았기 때문에 내가 우너하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생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제때 돈은 갚지 못해도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언젠가는 갚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저없이 빌려주었다.
그러나 나는 젊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버는 것보다 더 쓰는 어리석은 짓은 몇 갑절의 벌로 되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화려한 옷을 찾았고 아내에게도 많은 장신구를 사주었다. 내 수입을 훨씬 넘어서는 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그것이 모두 빚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그런 대로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내 수입이 그처럼 호사스럽게 먹고 살명서 빚을 갚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빚쟁이들이 나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가족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지만 친구들까지도 나를 외면했다. 그들에게도 돈을 제대로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삶은 점점 화폐헤져갔다. 아내마저 나를 버리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나는 바빌론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나는 대상들을 따라다니며 등이 휘도록 일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는 좌절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마침내 사막을 휩쓸고 다니면서 힘없는 대상을 습격해서 돈을 빼앗는 강도단의 유혹이 빠지고 말았다. 결코 사람답지 못한 짓이었지만, 나는 세상을 엉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타락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에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상당한 황금과 비단을 약탈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니르로 그것들을 가져가 흥청망청 써버렸다.
그러나 신이 우리편일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습격에서 우리는 그다지 운이 좋지 않았다. 대상을 습격해서 물건을 재앗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호위를 요청한 원주민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우두머리격이던 두 사람이 죽었고 우리는 포로가 되어 다마스커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벌거벗겨진 채 노예로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
굶주린 배 때문에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한가?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지는 않는가?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세상을 원래의 색대로 볼 수 있겠는가?
엄청난 빚이겠지만
그 빚을 모두 갚고 바빌론의 올바른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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